나의이름은계룡산 100살기념

[전시 소개] 나의 이름은 계룡산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의 계룡산 가마터는 조선 전기부터 분청사기와 백자, 흑유자기 등 다양한 도자기가 제작되었던 대표적인 도자 생산지다. 특히 철분 안료를 붓에 묻혀 대담하고 자유롭게 문양을 그린 철화 분청사기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공주 학봉리 요지’라는 이름의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계룡산 도자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26년이다. 당시 가마터의 존재가 확인되고 수습과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다른 지역의 도자기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철화 분청사기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산의 이름을 따라 ‘계룡산 분청’, ‘계룡산 도자기’라 불리게 된 이 그릇들은 거침없는 붓질과 비정형적인 구성, 흘러내리는 백토와 강렬한 철화 문양으로 한국 도자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계룡산 가마터에서는 철화 분청사기만 제작된 것이 아니다. 상감과 인화, 조화, 박지, 귀얄 등 다양한 장식기법의 분청사기가 만들어졌으며, 백자와 흑유자기 또한 함께 생산되었다. 하나의 가마터 안에서 여러 재료와 기법, 기형이 공존했다는 사실은 당시 계룡산의 도공들이 특정한 양식만을 반복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과 제작 방식을 실험했음을 보여준다.

전시 《나의 이름은 계룡산》은 계룡산 가마터가 세상에 알려진 지 100년을 앞두고, 그동안 ‘철화 분청’이라는 강렬한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계룡산 도자의 전체적인 풍경을 다시 살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대표적인 철화 분청사기를 비롯해 상감, 인화, 귀얄, 박지 등 여러 기법으로 제작된 분청사기와 계룡산 가마터에서 함께 태어난 백자, 흑유자기를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전시에는 완전한 형태의 도자기뿐 아니라 오랜 세월 속에서 깨지고 닳고 변형되었음에도 끝끝내 살아남은 기물과 도편들도 함께 출품된다. 일반적인 전시가 완성도 높은 명품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이번 전시는 파손과 변형의 흔적 또한 도자기가 지나온 시간의 일부로 바라본다. 비뚤어진 형태와 불에 그을린 표면, 유약이 흘러내린 자국, 가마 안에서 서로 붙거나 주저앉은 흔적을 통해 당시의 제작 환경과 도공들의 손길을 보다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첫 조사 이후 일본으로 유출되었다가 국내 소장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다시 돌아온 기물도 공개된다. 이와 함께 1920년대 계룡산 가마터의 조사 과정과 출토 상황을 기록한 발굴조사서 원본을 선보여, 한 세기 전 계룡산 도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발견되고 분류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조사서 속 기록과 실제 기물을 함께 비교함으로써 계룡산 도자기의 발견과 연구, 수집과 환수로 이어진 지난 100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계룡산 도자의 아름다움은 정교하고 완벽하게 통제된 형태에만 있지 않다. 빠르게 지나간 붓의 움직임, 백토가 고르게 덮이지 않은 표면, 철화 안료가 번지거나 흘러내린 흔적, 불과 흙의 작용으로 우연히 만들어진 형태에는 조선 도공들의 자유로운 감각과 생동하는 제작의 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늘날 추상적인 회화처럼 보이는 계룡산 철화 문양은 수백 년 전 도공들이 흙 위에서 보여준 대담한 표현이자, 한국 도자사의 중요한 조형적 유산이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마련된 도편을 직접 만져보며 계룡산 도자의 태토와 표면, 백토와 유약의 질감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 눈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손끝으로 도자기의 무게와 두께, 거칠고 불균일한 표면을 느끼는 과정을 통해 계룡산 도자가 만들어진 방식과 오랜 시간 살아남아 오늘에 도달한 과정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발견 이후 한 세기 동안 계룡산 도자는 여러 연구자와 수집가, 박물관과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수집되고 기록되어 왔다. 이번 전시는 그 축적된 시간 위에서 계룡산 도자를 다시 바라보려는 시도다. 과거의 조사와 분류를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이제는 우리의 시선과 언어로 그릇 하나하나에 남겨진 흔적과 가치를 새롭게 읽어보고자 한다.


산의 이름으로 불려온 도자기, 그리고 그 이름 안에 미처 담기지 못했던 수많은 그릇의 얼굴들. 《나의 이름은 계룡산》은 철화 분청이라는 익숙한 명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백자와 흑유, 실패작과 파편, 유출과 환수의 역사까지 아우르며 계룡산 도자의 진정한 이름을 다시 묻는 전시다.

전시 정보

– 전시명: 《나의 이름은 계룡산》
– 기획 및 주최: 이도옥션, 조선도자연구소 유철상, 고도자기 큐레이터 고요
– 주관 및 장소: 고복희
– 전시 기간: 2026년 7월 25일~8월 2일
–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5시
– 휴관일: 7월 27일~28일
– 관람료: 5,000원
– 예약: 이도옥션 및 고복희 인스타그램을 통한 네이버 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6/bizes/1543203/items/7765777?startDate=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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